불면의 밤

탐스러히 내리는 함박눈 꽃

좁은 골목대장 가로등 불빛은

테라스 창 커튼 사이로

들여다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밤새 휘이잉 대는 바람 소리는

창가에 부딪혀 들어오지 못한 채

돌아 나가기만 반복을 하고

귓가에 맴도는 밤 고양이 소리와

터벅터벅 맥빠진 그 누군가의

구두 소리가 마음 아프게 들려오지만

불 꺼진 두어 평 남짓한 방안에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곰 인형과

꽃이랍시고 향기 낼 줄 모르는 난꽃 화분 하나뿐

그저

들숨 날숨에

간간이 내뱉는 가느다란 나의 신음 소리와

노란 벽지 위에 그려진 상현달과 샛별 밭에

동화 속에 나 나올법한 작은 집 하나 짓고

색색별로 물고기가 사는 연못도

이름 모를 풀꽃도 심어도 보고

연꽃도 수련도 갖가지 꽃들도 심어놓습니다.

쪽잠 들어 꿈을 꾸고 일어나면

어젯밤 나와 같은 공간에 함께했던

꽃들과 나무와 풀잎들이

새 아침 새 날에

따사로운 햇살에 녹아내린 눈꽃의 이슬로

영롱하게 반짝이는 꽃별과 풀 불꽃으로

동트는 봄 찬란히 빛을 발하기를....

새 밤이 내려앉으면

따스히 푹 잠잘 수 있기를 기도해봅니다

불면의 밤이 이별을 고하기를 바램하며

고이 접어 요술 상자에 넣습니다.

- 최은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