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싹이 피어난 풀잎들 사이 우뚝 선 고목 한 그루 

겹겹이 붙은 갑옷은 쇠창살이 꽃힌 흔적이

지난 시간을 말해 준다

누군가 작은 묘목을 심고 두 발로 꼭 밟아 뿌리 내린 자리...

어떤 땐 메마르고, 어떤 땐 비바람 몰아쳐 흐느끼고

세월의 덧없음을 이기고 듬직하게 서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지나는 나그네도 재잘거리는 새소리도 무상의 푸념인가

오직 바라만 보며 온화한 시선을 주는 것이 좋다

하늘을 바라보는

너의 모습은

끝을 쳐다보고 계속 올라가는 열정이

나의 인생 기로의 종착역임을 알려 준다

너를 괴롭히는 바람과 비는 너를 더욱 꿋꿋하게 만들어 주고

강하게 쐬는 햇빛은 너의 사지를 꿈틀거리게 해준다

자나가는 생을 맛보는 것이아닌

기다림의 인내는

하루가 지나도 내일의 자리에서 또 나무와 같이

내 인생을 맞이한다

-손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