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 임인숙

병원 창문까지 따라온 봄빛에 푼 목도리

아무리 되짚어봐도 행방이 하얗다

정신이 하얘지는 건 몸속부터 삭는 것

뼈 시린 날 많아, 봄이 다 다가록 겨울로 산다

연분홍 치마 휘날리는 달뜬 사거리

목도리 행방은 묘연하고 수술한 어깨는 삐걱거리고

녹슬고 삭아서 명의도 더 수리할 수 없다는데

이런 날, 어찌 낮술 한잔 걸치지 않으랴

푼수가 한량도 못 되고 마음이나 푹 삭아

곰삭은 식해(食醢)만큼 풍미나 있었으면

뭘 그까짓 일로 하겠지만,

산 넘는 석양만큼 불콰해지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