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에는 메주들이 짚으로 엮어 데롱데올 매달려 있고 

장독대 안에는 검정, 빨강, 황토색 빛깔의 물감이 담겨있다

할머니는 이 것들로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

황토색 물감은 하얀색 물을 만나

고운 황금 빛깔로 재탄생 하고

구수한 내음을 자랑삼아 풍긴다

기다랗고 큼직한 빨강색 물감은

칼로 싹둑싹둑 잘려

매콤하고 상큼한  향기를 낸다

검정색 물감은

모든 색깔의 물감과 결합되어

향기를 더욱 진하게 한다

할머니의 마지막 물감은 하얀색이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 만들어주시던 가마솥 밥

밥그릇에서는 하얀 보석들이 반짝반짝한다

시골밥상의 색깔은 다양하지 않지만

지금은 그 색들을 볼 수 없지만

내 기억 한 편에서는 언제나 맛볼 수 있다

-강양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