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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검뿐인 生 /이정록
100 뚜르 2020.01.28 09:50:57
조회 271 댓글 4 신고

 

 

부검뿐인

 

 

터미널 뒤 곤달걀집에서

노란 부리를 내민 채 숨을 거둔

어린 병아리를 만났다 털을 뽑을 수가 없었다

도저히, 맛소금을 찍을 수가 없었다

 

곡식 멍석에 달기똥 한 번 갈긴 적 없고

부지깽이 한 대 맞은 적 없는 착한 병아리,

언제부터 이 안에 웅크리고 있었을까

 

물 한 모금 마셔본 적 없는 눈망울이

나를 내다보고 있었다, 한동안

폐가의 우물 속 두레박처럼

그의 눈망울에 비친 사람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얼마나 오래 제자리를 에돌았는지, 병아리의

발가락과 눈꺼풀 위에 잔주름이 촘촘했다

하늘 한 번 우러러본 적 없는, 부검뿐인 생

 

금이 간 창문에는, 그 줄기를 따라

작은 은박지 꽃이 붙여져 있었다

씨앗을 가질 수 있다는 듯, 은박지 꽃잎들이

앞다투어 바래어가고 있었다

 

- 이정록의 시집 ''버드나무 껍질에 세 들고 싶다'

 

출처 : 카페 아름다운 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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