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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 /이정록
100 뚜르 2020.01.26 09: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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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 /이정록

 

 

가곡이란 곳으로 물놀이를 간다

할머니께서 영원한 피서에 드시기 전에

온 식구가 올라간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젊은것들의 속셈을 훤히 읽으시고 함께 운신하신 은비녀

피서라 했지만 할아버지의 뜨건 눈길 빼고는

한세상 피하며 사신 분이 아니시다

 

가곡의 작은 도랑에 닿자마자

물이 참 맑구나 이런 곳에서

종일 빨래나 했으면 좋겠다 하신다

머리를 하얗게 빨아 이신 할머니

이번엔 삼준산 건너다보시며, 저 산

도토리는 누가 다 따갈까 걱정이 크시다

상수리 같은 증손들 슬하에 늘어놓고

앞산에 자꾸 이마를 문지르신다

 

큰애야 이따 돌아갈 때에는

네 아비가 마지막으로 묵었던

수덕여관엘 가봤으면 좋겠다

가슴속 빨랫방망이를 꺼내어 눈물 찍으신다

피서 와서까지 그러시냐고 투덜거리자

나는 여기 와서도 피가 서는구나 하신다

 

앞산이 갑자기 캄캄해지더니

도토리만 한 소나기를 훑고 간다

한바탕 빨래를 마친 하늘에 된장잠자리들 가득하다

저것이 다 먼저 간 것들이여 한참을 올려다보신다

광목 홑청처럼 하늘이 팽팽하다

 

- 이정록의 시집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출처 : 카페 아름다운 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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