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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 한 마리
54 산과들에 2020.01.22 12:55:43
조회 102 댓글 1 신고

당신이 선물 준 양말을 버릴 수가 없어 

해진 곳을 기워 가니 비단길처럼 아름다워요

한 땀 한 땀 기울 때마다

돈황 가는 길목

명사산 모래소리가 흘러내려요

 

사르락사르락

흘러내리는 것은 다 슬프고 이쁘죠

모래언덕, 폭포, 소나기, 철길, 나무뿌리,

나를 위해 흘러내린 당신 몸소리까지요

무어든 흘러내리면 어딘가로 가잖아요

무언가 바뀌잖아요

담담한 자신에게 흘러나가

점. 점. 점

 

북쪽과 남쪽을 하나로 기우고

다른 나와 다른 너를

끊어진 다리와 다리를 하나로 기워

버릴 수 없이 불쌍히 여기는 일

 

가엾이 여기는 사랑 끝에서 날개가 자라고

우리는 서로 버리지 못할 양말이 되어

붉은 저녁 하늘을 맘껏 날으며 흘러내려요

 

-신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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