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키스 / 김지헌

남의 키스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러 오는군

아침부터 ‘클림트의 키스’ 앞은 와글와글하다

일요일인데

그랬었지

첫 키스를 떠올리는 표정으로

각각 다른 생각에 빠져

잠깐 맥박이 빠르게 뛰었지

이따금 상대의 표정을 훔쳐보면서

백주에 간음이라도 들킨 듯

어색한 미소가 살짝 지나갔다

텅 빈 가을 들녘

손에 쥐었던 것 놓쳐버릴 때

사랑이었던 추억으로

저 그림은 가짜야

클림트와 그의 연인 에밀리에처럼

키스의 뿌리까지 가다가는 타 죽고 말 거야

스마트폰을 들이댄다

포토존일 뿐이야

증명사진 남기듯 배경으로 두고 포즈를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