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day
트렁크나무
32 자몽 2020.01.17 23:35:22
조회 55 댓글 0 신고

 

 

트렁크나무




환삼덩굴이 서로 몸을 섞자 순간 길이 사라졌다
멈춘 길 위에서
누군가의 몸을 들여다본 적 있었다
화려한 옷을 입고도 외출할 수 없었던
불가해한 숲을 빠져나가려다 마주친
까만 궁금이었다 그때 나무는 깔깔한 털갈이로
변신 중이었다 두텁고 딱딱한 환영 속으로
벌레들이 뚝뚝 끊긴 길을 물고 있었다
나무에서 꽃이 필 때 혹은 질 때 오래된 바람을 만나듯
환삼덩굴은 셀 수 없는 다리를 들어 반겼다
숲의 끝에 기다랗게 죽은 트렁크 하나 놓여 있었다
죽는다는 것은 나이를 내려놓는 것
속에 아무것도 들여놓을 수 없는 것 살아서도
죽어서도 떠날 수 없다는 것 환상은
누워서도 아파서도 사라진 길에 누운 숲의 마중
벌레에게 몸을 내어준 트렁크나무
까맣게 여행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 문설, 시 '트렁크나무'


죽은 나무의 빈 공간을 트렁크라고 생각한 상상.
죽어서도 무언가를 위해 내어주는 나무.
차곡차곡 시간을 저장하고, 누군가의 길이 되어주는 나무겠지요.
나만을 주섬주섬 챙겨 넣은 욕심을 비워보고 싶은데.
길이 없어진 뒤에야 보이는 또 다른 길이 있을까요.
자연의 섭리가 무섭고 위대합니다.

 

 

 

[사색의향기] 

3

파워링크 AD
등록 안내

페이스북 로그인
꾸미기
제목 작성자 조회수 작성일
[필독] 저작권 관련 게시글 삭제 처리 기준 (2017.02.15 링크 추가)  (22)
좋은글 게시판 이용안내  (14)
봄의 전령 풍년화 복수초  file new 32 12:02:05
옛 어른들의 교훈  file new 하양 24 11:53:26
어깨 한 번만 빌려줄래요  file new 하양 23 11:51:44
그리운 것은 멀리 있다  file new 하양 21 11:50:21
애인 구함/최정란   new 그도세상김용.. 21 11:13:41
행복/김용호   new 그도세상김용.. 34 10:24:36
처음 접시 / 최문자   new 36쩜5do시 24 10:05:55
아기 앞에서 / 김기택   new 36쩜5do시 18 10:05:11
사랑 / 오세영   new 36쩜5do시 32 10:04:35
풍년화 /백승훈  file new 뚜르 33 10:01:48
기분 좋은 날  file new 대장장이 74 09:16:33
101회 이관순의 손편지/겨울 산사의 풍경소리   new 교칠지심 33 09:08:09
호감가는 7가지 짱이 되라   new 교칠지심 55 09:05:02
몸챙김(Bodyfulness)   new 교칠지심 48 08:59:36
♡ 상대방을 인정하라   new (1) 청암 80 08:31:53
그냥 괜찮은 사람이 돼라  file new (1) 광솔 127 08:20:44
벗이 그리워지는 나이   new 네잎크로바 69 08:13:01
정말 미안합니다  file new (4) 대장장이 100 07:51:58
최영애, '회상'   new 나비샘 114 05:06:41
최영애, '가슴까지의 거리'   new 나비샘 121 05:06:35
글쓰기
 
행운의 다이아몬드~ 클릭하시면 포인트 5점을 드려요~
Copyright ⓒ EZHLD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