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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53 산과들에 2020.01.17 12: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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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멸을 유파의 이름으로 삼으리라 

태생의 기본도 안 되었다는 이유를

초보들의 희미한 초벌그림에 지나지 않는다는 조롱을

역사적 배경도 없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비웃음을

있는 그대로 접수하고 그 위에 목탄을 칠한 뒤

손가락 끝으로 천천히 지우리라

그대들이 개막식 테이프를 끊고 건배를 드는 건물 밖에서

우리는 낙선자 전시회를 준비하리라

우리에게 강렬하게 다가갔던 햇살

초록의 잎새 위에서 찬란하게 몸을 바꾸던 빛

그것들을 만나기 위해 화실 밖으로 나가리라

화폭 밖에서 새로운 그림을 그러리라

본 것을 다 그러지 않으리라

몇 장의 수련 잎과 그 위에 앉은 불온한 구름

원근과 명암에 구애받지 않는 깊은 하늘을 옮겨 오리라

수면을 덮는 짙은 녹색의 물살과

그네를 타는 버들잎으로 다시 기뻐하리라

경멸, 오 고마운 경멸로

새로운 유파의 이름을 삼으리라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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