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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상자 속의 어머니 - 박상률
100 뚜르 2020.01.13 06:05:50
조회 210 댓글 2 신고

 

 

택배 상자 속의 어머니 - 박상률  

 

서울 과낙구 실님이동......

소리 나는 대로 꼬불꼬불 적힌 아들네 주소.

칠순 어머니 글씨다.

용케도 택배 상자는 꼬불꼬불 옆길로 새지 않고 남도 그 먼 데서 하루 만에 서울 아들집을 찾아 왔다.

아이고 어무니!

그물처럼 단단히 노끈을 엮어놓은 상자를 보자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갑자기 터져 나온 소리.

나는 상자 위에 엎드렸다.

어무니 으쩌자고 이렇게 단단히 묶어 놨소.

차마 칼로 싹둑 자를 수 없어 노끈 매듭 하나하나를 손톱으로 까다시피 해서 풀었다.

칠십 평생을 단 하루도 허투루 살지 않고 단단히 묶으며 살아낸 어머니.

마치 스스로 당신의 관을 미리 이토록 단단히 묶어 놓은 것만 같다.

나는 어머니 가지 마시라고 매듭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풀어 버렸다.

상자 뚜껑을 열자 양파 한 자루, 감자 몇 알, 마늘 몇 쪽, 제사 떡 몇 덩이, 풋콩 몇 주먹이 들어 있다.

아니, 어머니의 목숨들이 들어 있다.

,

그리고 두 홉짜리 소주병에 담긴 참기름 한 병!

입맛 없을 땐 고추장에 밥 비벼 참기름 몇 방울 쳐서라도 끼니 거르지 마라는 어머니의 마음.

 

아들은 어머니 무덤에 엎드려 끝내 울고 말았다.

 

 

- 박상률 시집, 국가 공인 미남, 실천문학사, 2016.

 

출처 : 블로그 시와 음악이 머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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