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저 건너편 

뿌연 분필가루 날리는 낡은 철판아래

검은 교복.  빡빡머리, 뎔두 해를 보내고

땀 냄새, 먼지냄새, 화약냄새 사이로

푸른 제복, 그리고 쉰 목소리의 함성

그렇게 또 두 해 남짓 보내고

어느덧 내 청춘 스물의 끝자락에서

학교를 떠나자마자 새로운 세계로 발 내딛고

한 해, 두 해 어언 스무 해를 넘겼네

멀어진 친구들은 소식도 없고

내 아내와 아들, 딸 내 모든 것이 되었고

거울 속 내 모습에서 내 아버지가 떠오르네

이제는 아스라이 어머니의 주름진 손이

노을 물든 고향집의 포근함이 그리워지고

아득했던 꿈들이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네

-박정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