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일은 매일 아침마다 낙타가 한 마리씩 번갈아 가며 멀리 도망가서

각자가 제 짐을 직접 져야만 한 것이었다.

하지만 유목민들은 우리에게 애써 낙타를 잡으려 하지 말고, 꽁지에 붙지 말며,

소리 지르지도 말고, 낙타에게 전혀 관심 없는 듯이, 마치 패키지여행 상품에

참여했으면서도 일행들과 떨어져 자유롭게 다니고 싶어 하는 여행자를 대하듯

낙타를 내버려 두라고 일렀다.

정오가 지나면 늘 그렇듯이 지평선에 한 점이 솟았다.

도망자가 제 발로 돌아오는 것이다.

얼마쯤 지났을까?

도망자가 캐러밴 가까이 접근하면 무슬림 한 명이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소리 지르거나 꾸짖지도, 손을 쳐들어 위협하지도 않고, 그저 나란히 걸으며

나지막이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휴식을 위해서 멈춰 설 때까지 그 동반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어제의 탈주범은 제일 먼저 제 몫의 짐을 지고,

이번엔 다른 놈이 도망쳤다.

낙타 하나가 조금씩 나를 따른다고 느꼈다.

무슬림이 내게 요령을 일러주었다.

부드럽게 다가서서 불평하지도 소리치지도 말고 둘 사이에 살가움을

유지한 채 걸으라고 하였다.

거기에서 타자에 대한 체험이 시작되었다.

<사막일기/ 아르투로 파올리 신부 지음/ 보누스 출판사/ 85~ 86쪽>

출처 : 카페 ‘홍수희 시인의 하이얀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