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홍수희

누구는 존재는 가벼웁다고

누구는 존재는 무거웁다고

몇 날을 책갈피를 넘겨 넘겨도

쿤데라의 한 마디도

이해할 수 없어

그보다는 나는 수용할 수 없어

입안에 알약 털어 넣고서

눈을 감으면

냉동실의 소음이 귓전을 돈다

한 끼니의 식사를 위하여

나는 소금에 절여지고 있느니

생선은 혼자서 중얼중얼

나는 숨 한 번 크게 쉴 수 없단다

먹혀지는 건 존재의 가벼움

삼켜야 하는 건 존재의 무거움

아니면 그 반대?

예수는 우리에게 먹혀지지만

우리는 그를 삼켜야 하네

그러면 존재는 가벼워질까?

그러면 존재는 무거워질까?

입안에 알약 털어 넣고서

밤새 냉동실의 신음 들으면

하늘은 어느 새 발갛게

불이 오르고

먹히기 위해서 삼켜야 하는

나의 존재는

그리고 너의 존재는

어쩔 수 없이 드디어

무거워지네

출처 : 카페 “홍수희 시인의 하이얀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