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꽃 이야기

노부부가 오랜만에 외식 가는 길

투덜투덜 날 좀 알아달라 보채더니

뭐가 그리 미안한 것도 많은가

바닥에 달라붙은 청춘을 주워들고

살랑살랑 꽃이 되어 남편을 따라간다

겨울에도 온 세상 들녘에

붉은 꽂이 피었으면 좋겠다

검게 그을린 도시의 유리창을

햇살이 힘겹게 뚫고 들어온 자리에

따뜻한 차 한 잔을 가져다 놓고 싶다

실 줄 같은 꿈을 매달고 살아가지만

그 마른 가슴에도 꽃이 피고 있지 않을까

더 가늘어져 가기만 하는 가난한 꿈들

노점 싸구려 영양크림에 얼룩진

세월의 눈가에 깊은 주름만 선명하다

바람도 얼어붙어 서걱거리는 밤거리

사람들 핸드폰 속에서 붉은 장미가 핀다

습관처럼 따로 걷는 노부부의 뒷모습

맛있는 거 먹자고 잡아끄는 투박한 사랑

그녀의 손톱 위에 곱게 겨울 꽃이 폈다

- 서미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