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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기적을 울리는 이유
100 하양 2019.12.07 08:44:27
조회 311 댓글 4 신고

 

 

기차가 기적을 울리는 이유

 

처음에는 행복했을 것이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반겨주고,

가끔씩 흔들거리는 벼이삭과 눈인사도 나누며,

참새들과 허공을 가르며 달리기 시합도 했던

그때까지만 해도 기차는 참으로 행복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기차의 얼굴에

여드름이 몽글몽글 날 즈음,

기차는 자신의 처지가 답답했던 것이다.

나는 왜 내 길을 벗어날 수 없을까?

 

새색시 가슴처럼 도톰하게 핀

벚꽃 나무를 보면 잠시라도 가던 길을 버리고

꽃망울에 입 맞추고 싶고,

창가에 달빛 드리운 그런 밤이 오면

철로에서 한 걸음 뛰쳐나와

당장이라도 그대에게 달려가련만.

 

기차는 사랑에 빠졌던 것이다.

잠시 스쳐 간 이름도 모를 간이역을

기차는 사랑하게 된 것이다.

느끼고 싶어도 만질 수 없고

고백하고 싶어도 이름도 모르는 간이역을.

 

그래서 울었던 것이다.

내 마음 알아달라고

시작과 끝을 수십 번 오가는 이유도

잠시라도 그대를 볼 수 있기에.

 

내가 늙어 고철이 되어

한 곳에 자리 잡고 누워야 한다면

민들레 마당을 갖고 있는 바로 그 간이역임을

알아달라고, 기억해 달라고.

 

기차는 그렇게

기적소리를 내며 목놓아 울었던 것이다.

 

- 김현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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