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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그해 겨울나무 2'
13 나비샘 2019.12.07 03:38:12
조회 72 댓글 0 신고

후회는 없었다 가면 갈수록 부끄러움뿐
다 떨궈주고 모두 발가벗은 채
빚남도 수치도 아닌 몰골 그대로
칼바람 앞에 세워져 있었다.
언 땅에 눈이 내렸다.
숨막히게 쌓이는 눈송이마저
남은 가지를 따닥따닥 분지르고
악다문 비명이 하얗게 골짜기를 울렸다.
아무 말도 아무말도 필요 없었다.


절대적이던 남의 것은 무너져 내렸고
그것은 정해진 추락이었다.
몸뚱이만 깃대로 서서
처절한 눈동자로 자신을 직시하며
낡은 건 떨치고 산 것을 보듬어 살리고 있었다.
땅은 그대로 모순투성이 땅
뿌리는 강인한 목숨으로 변함없는 뿌리일 뿐
여전한 것은 춥고 서러운 사람들아
산다는 것은 살아 움직이며 빛살 틔우는 투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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