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뒤안길에서

겨울이 오는 길목에

철새들 유유히 오가고

불청객 안개 속에 나목들

가진 것 훌훌 털고 고고한데

왜 뜨락의 발간 장미들은

시들은 꽃을 매달고

애처로이 떨고 있는가?

보라, 바람이 미끄럼 타는

살얼음 덮힌 강변을...

돌미나리 파란 싹을 틔우고

버들개지에 봄을 맺었거늘

겨울이 의미 없다 하지 마라

오, 산야에 눈발이 휘날린다

하얀 나비 무수히 날아와

빛나는 은세계를 펼치려나

눈은 솜이불, 바람은 자장가

나목처럼 시린 몸 덮어주고

깊은 겨울잠 헤맬지라도

훗날 설레는 새봄 맞으라 하네

겨울이 없으면 어찌 봄이 있으랴

아픈 상처에 새살 돋듯이

계절의 뒤안길엔 꿈이 영근다

- 최위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