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은 / 湖夜 이춘효 -

   뿌리와 잎이 가장 멀어졌을 때

   사계(四季)를 하나로 뭉치는 거대한 덩어리,

   12월의 말 속에는 완력(腕力)의 냄새가 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12월을 어루만지는 것은

   손가락 없는 바람이거나 어둠,

   너는 한 해의 끝에서 내 하루와

   매일 악수를 나누다 헤어지지만

   언제부턴가

   내 의식의 경계에서는

   얼음이 얼기 시작했다

   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찢어지는 구름을 보면

   순간의 촉감으로

   사라진 시간을 복원할 수 있을 것 같아

   생각은 말할 수 없이 단순해지고

   날 부르다 내가 깨는 꿈으로

   일생을 버티게 할지도 모른다

   열두굽이를 넘기 위해

  끊임없이 산소와 포도당을 공급한

   나의 육체는 한갓 기호(旗號)일 뿐

   아무것도 인정하지 못한다는 듯

   미완성으로 끝나는 것이다

   2019. 12.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