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가 혼돈과 요동을 거치지만 결과적으로 평온한 안정을 되찾아 선순환적 성장과 발전을  

지속하게 하는 동인(動因)은 생태계에 내재된 자기조직화(Self-Organizing)의 원리이다.
폭풍우가 지나면서 거목이 쓰러지면 그 동안 거목 때문에 빛을 받지 못했던 주변의 수많은 군목과  

식물군들이 순식간에 급성장하여 새롭게 군락을 형성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창발이다.
예정된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인위적 처방의 결과가 전혀 아니다.
이처럼 생태계는 생태계 내부 또는 외부에서 시스템의 안정과 균형을 위협하거나 파괴하는  

현상이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이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여 다시 시스템을 안정과 균형상태로 회복 

시키는 자율적 메커니즘이 존재하는데 이를 자기조직화 기능이라고 한다.
이러한 자기조직화는 고전과학이 “부분의 합은 전체와 같다”는 가정에서 전체를 부분으로  

분석설명함으로써 전체를 이해하고자 시도했던 환원론적 관점에 대한 정면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고전과학은 전체를 구성하는 부분과 부분 사이에 존재하는 창발적인 상호작용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그것이 전체를 이해하는 결정적인 변수라는 점도 부인했다.
여기서 창발성(Emergence)이란 개별적인 구성요소가 갖지 못한 특성이나 행동이 구성요소를  

모아놓은 전체 구조에서 자발적으로 돌연히 출연하는 현상을 말한다.
가령 단백질이 결합하면 생명체가 만들어지는데 이렇듯 하위 수준(구성요소)에 없는 특성이  

상위수준(전체구조)에서 창발하는 것은 자기조직화 능력 때문이다. 

생명체, 사람의 뇌, 증권거래소, 국가경제 등 대부분의 자연 및 사회체제는 자기조직화 능력을  

갖고 있다.
자기조직화 능력을 갖춘 전체는 언제나 부분들을 합쳐놓은 것보다 크다.
환원주의는 전체를 구성요소로 나누어 분석하기 때문에 구성요소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  

새로운 질서를 설명할 수 없다.
그러므로 환원주의를 넘어선 창발적 세계관을 받아들여야 자기조직화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생태계의 수많은 현상이 창발적 현상이며, 생태계는 이러한 창발적 상호작용을 통해서 지속
가능한 생명력을 확보해나간다. 

- 유영만 지음 <지식 생태학>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