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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존재하는
12 토기쟁이 2019.08.15 15:2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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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 존재하는



          숨을 쉬기가 어려워요.

          폐에서 물 좀, 물 좀, 빼주세요.

          숨 막혀서 못 견디겠어요.

          도와줘요.제발.

          폐 속에는 물이 아니라 피가 흥건해요.

          깊은 바다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아요

          익사하고 싶지 않아요.

          숨만 제대로 쉴 쉬 있다면 죽어도 좋아요.

          영영 눈을 감아도 좋아요.

          숨만 차지 않으면 집에 돌아갈 수 있을 텐데.

          마루에 기대앉아 쉴 수 있을 텐데.

          나는 원해요, 한 줌의 산소를.

          아니,원하지 않아요, 심장의 규칙적인 몸부림을.

          산소공급기를 꽂고도 헐떡거리는 심장.

          이런 심장으로 어떻게 더 버틸 수 있겠어요.

          어제도 뜬눈으로 밤을 보냈어요.

          이 고통스러운 노래는 언제쯤 고요해지려는지.

          귀속에서 수군거리는 그들.

          쿵쿵거리는 발걸음들.

          유리창 사이에서 파닥거리는 나방.

          멀리서 우는 물푸레나무.

          아무것도담을 수 없는 깨진 그릇.

          침대에서 쪼그린 채 견뎌야 하는 수많은 밤들.

          희미하게 밝아오는 창문들.

          이제, 그만, 그만, 문을 닫고 싶어요.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얼마나 더 가야 하나요?

          저 검은 바다를 어떻게 건너야 하나요?

          세상에서 가장 모진 것은 숨 쉬는 일이예요

          산소가 점점 희박해지고 있어요.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 나희덕 「말들이돌아오는 시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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