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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빵 /나희덕
100 뚜르 2019.08.15 09:36:32
조회 123 댓글 0 신고

 

 

거대한 빵

 

                                 /나희덕

 

 

이 빵으로 말할 것 같으면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빵입니다

 

비법이 뭐냐구요?

매일 반죽을 조금씩 떼어두었다가

다음날의 반죽에 섞는 것,

발효는 그렇게 은밀히 계승되어 왔습니다

 

오늘도 빵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십시오

 

빵 속의 터널에서 만났다 헤어지는 사람들은

같은 빵을 먹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서로를 식구라 부릅니다

 

밀가루로 된 벽과 지붕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그러나 이 거대한 빵은

오병이어의 기적처럼 계속될 것입니다

 

지금도 빵을 먹어 들어오는 저 왕성한 소리가 들리십니까?

 

이미 한쪽에선 곰팡이가 피기 시작한, 그래도

아직 먹을 만한 이 빵은

유구한 반죽 덕분에 발효와 부패 사이를 오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보장된 미래는 없다고,

더 많은 빵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들 하지만

오늘의 반죽이 어떤지는 알 수 없지요

 

빵의 분배 역시 마찬가지,

파이를 나누는 일에 정해진 규칙이란 없습니다

나이프 쥔 사람 마음대로지요

그가 눈을 감은 채 칼을 휘두르지 않기만 바랄 수밖에요

 

빵에 갇힌 자로서

빵의 미래를 어찌 알겠습니까

 

눈앞의 빵조각에 몰입할 뿐

빵처럼 부드러운 제 살을 황홀하게 먹어 들어갈 뿐

 

 

- 창작과비평 2019, 여름호

 

출처 : 카페 아름다운 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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