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개 냄새며 얼룩쯤이야
세탁기가 알아서 지워 주지만
가장의 고단한 일상까지 해결하진 못하나 보다
아내의 손길이 지나간 셔츠는 새 옷처럼 산뜻해진다
늦은 저녁 설거지를 끝낸 시간
아내가 다림질하는 것은
가장의 주름지고 허약한 하루는 아닐까
억눌린 심사를 올곧게 펴주는 건 아닐까
지난 가을 큰 맘 먹고 산 비싼 셔츠와
할인점서 입어 봤던 싸구려 몇 벌을
하나하나 매만지고 깃을 세우며
아내는 지금 다림질 중이다
처진 어깨도 씩씩하게 세워주고
구부린 팔꿈치도 바로잡아 주는
아내는 지금 치료 중이다
-전영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