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은

보이지 않게 움직이는 것이다

그렇다고 몰래 감추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밖으로 내어 보이기에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른다

꽃망울이 터지며 피는 것도

하늘에 무지개가 뜨는 것도

가로수에 단풍이 드는 것도

잠든 노숙자에게 겉옷을 벗어 덮어주는 것도

소리가 없는 듯 들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입을 다물고만 있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밖으로 소리를 내기에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른다

얼음 밑 개여울 흐르는 소리도

눈을 뜬 아침 새의 지저귐도

피아노 건반에서 흐르는 월광 소나타도

눈 내리는 날 도로에 울려 퍼지는 구세군 종소리도

하지만

바람처럼 오래 머물지 않는 것

여명으로 떴다가 노을로 기울며 까맣게 흩어지는 것

죽을 듯이 타다가 아리며 식다가 하얗게 밤을 새우는

그 사랑처럼

- 강삼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