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없던 그 옛날 

자건거가 큰 재산이던 시절 있었다

심하면 안방에 자건거를 들여놓고

커다란 자물쇠를 채워놓던 그 시절

잔칫날 벗어놓은 손님들의 구두코 몽땅

없어져버렸던 적도 있었다

사방이 통행금지로 묶여 있던 그 시절

자전거 훔치러 들어왔다 훔치지도 못하고

깜깜한 길 위를 죽자 사자 달아나던

허술한 도둑이 그리워질 때 있다

겁에 질려 고함지르지도 못하고 꺽꺽 목만 매던

어머니의 젊음이 괜히 사무쳐올 때 있다

달아나는 도둑을 적당히

따라가던 시늉만 하다 돌아오신 아버지가

물방울 하나로 맺혀오는 날 있다

지금은 한갓 산책을 위해 굴려보는 자전거의

반짝거리는 바큇살이

눈 속에 자꾸만 글썽거리는 날 있다

-김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