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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화채
62 스텔라 2019.05.16 19:09:43
조회 108 댓글 4 신고

 

 

달콤한 화채

 

아버지가 수박을 싣고

장터로 떠돌다 돌아온 날 밤이면

트럭 옆자리에는

늘 낯익은 아주머니가 앉아있었습니다

 

그런 저녁이었습니다

어김없이 팔다 남은 수박들이

마당으로 내동댕이쳐졌고

어머니에게 발길질 해대는

아버지의 그림자가 방문에 어른거렸습니다

아픈 허리를 움켜쥐고 흐느끼며 어머니는

안방에서 쫓겨 나와 마실로 뛰어갔었습니다

누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푹 덮어쓰고

아프게 나를 껴안았습니다

겁에 질려 잠이 들면서도 나는

복숭아 만한 누나 가슴을 만지던 손이 떨려왔었습니다

 

아침에 깨어보니 언제 돌아오셨는지 어머니는

커다란 양푼이에 깨진 수박들을

숟가락으로 긁어 담아 하얀 설탕을 싸락눈 같기도 한 설탕을

하염없이 뿌리며 턱밑으로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계셨습니다

누나와 나는 아무 일도 모른다는 듯이

설탕 맛밖에 나지 않는 화채를 떠먹으면서도

시퍼렇게 멍든 어머니의 얼굴은 차마 보지 않았습니다

마당가에는 깨진 수박들이

빨간 잇몸을 드러내고 웃고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누나와 나는

아침에 먹다 남기고 간 화채를

냉장고에서 꺼내 허기를 달랬습니다

누나와 나는 평상 위에 누워 어머니를 기다렸지만

밤이슬이 우리 이마를 적시고 별들이 사라질 때까지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누나와 나는

화채를 다시는 먹을 수가 없게 되었는데요

그것은 아마 수박 위에 하염없이 뿌려놓은 어머니의 눈물의 맛을

그때 이미 알아버렸기 때문인 것도 같습니다

 

- 문성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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