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는 여름이 낮다고 하뇨 

하지만 저는 여름이 더 견디기 힘듭니다

없이 살기는 우리보다 더할 사람들이 없겠지만

자기 옆 사람을 증오하게 만드는 여름보다는 겨울을 택하겠습니다

옆 사람의 체온을 고마워하며 살을 맞대고 자능 원시적인 우정이

증오의 감정으로 변해야 하는 여름은 정말이지

징역살이가 내게 줄 수 있는 최대의 형벌입니다

자기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마움을 받는다는 사실

더욱이 그 미움의 원인이 자신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존재

체온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불행한 건 우리가 미워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이성적으로 옳게 파악하지 못한 채고 그저 말초 감각으로만 느끼는 미움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냥 미워할 수밖에 없는 자기혐오입니다

그러나 알고 있습니다

오늘 내일, 비 한줄기가 내리고 나면 불행한 증오는 서서히 걷히고

그 상처의 자리에서 서로의 따뜻한 가슴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을

-신영복(감옥으로부터의 사색)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