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그늘은

언제나 바람이었습니다.

그 그늘 속으로 몸을 숨기면

바람은 매몰차게

나의 등을 밀어내곤 하였지요.

때로는

바람이 그늘속을 일탈하여

검은 새떼들을 불러오곤 하였습니다

새떼들이 일제히 날아 오를때

속울음으로 참았던 심장의 울분도

함께 날아 올랐습니다.

젊은 날, 홀로 생의 언덕에 서서

고독과 방황의 나무를 심어야 할때

당신의 그늘 안에서는 태양빛도

바람처럼 잠깐 왔다 사라지는

사막의 신기루였습니다.

어느 날, 당신이 그늘과 바람을

고이 접어 안고 사라지던 날

나의 그늘 안에서도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자신의 그늘 안에서는

바람이 일고 있다는 것을.

그 그늘은 우리 모두의 그늘이었고

생명을 후려치는 채찍이었고

사랑의 싹을 틔우는 바람이었음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오늘도 나의 그늘 안에서는

그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아버지....

- 윤봉덕 / 우리 모두의 그늘은 바람이였네 -

출처:詩가 있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