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김치냉장고에는

아직도 엄마의 마늘장아찌가 있어.

도툼한 삼겹살이나 바짝 구운

소불고기를 먹을 때면 항상

엄마가 내오던 그 마늘장아찌.

엄마 떠난뒤 엄마가 담가둔

마늘장아찌를 몽땅 가져왔어.

양이 꽤 많았지.

아껴 먹으면서 오래오래 보관하려고

김치냉장고에 넣어 놨거든.

그게 1년이 되고 2년이 되고....벌써 8년이 되었네.

자꾸 꺼내 먹다 다 없어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 때문이었을까?

언제부턴가 마늘장아찌를 찾지 않았어.

그러다 이제는 너무 시큼해져서

먹기도 어렵게 되어 버렸지.

그래도 버리지는 못하겠어

엄마, 나 같은 사람이 꽤 있더라.

어떤 딸은 돌아가신 노모가 해준 무생채를

냉장고에 12년 동안 넣어놓고 있대.

이사할 때도 빼놓지 않고 가져갔대.

엄마의 김장김치를 냉동실에

꽁꽁 얼린 남자의 얘기도,

엄마 스웨터를 빨지 않고 자기방에 걸어 두고는

엄마 냄새를 맡고 싶을 때마다

들여다본다는 다 큰 남자의 얘기도 들은적이 있어.

다 잊지 않고 싶어서겠지.

아니, 늘 함께하고 싶어서겠지.

엄마, 나는 오늘도 마늘장아찌 유리병속

뿌연 간장을 보며 내 안에 고여있을 엄마의 맛,

엄마의 흔적을 생각하고 있어.

아무래도...

앞으로도 마늘장아찌는 버리지 못할것 같아.

- '엄마의 안부를 묻는 밤' 중에서 - 

출처:책 읽어주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