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   
      시인/청죽  백영호


  설날의 꽃은 세배이고
  설날의 열매는 세뱃돈이다

  코 흘리개 시절
  설날이 오면 시오리 산길을 너머
  아버지는 오른손엔 나를 잡고
  왼손엔 정종 한 병을 들고
  큰집 작은 집의 통영 달아마을로 갔었다

  세배가는 길은 험했고
  바람은 차가웠지만
  발걸음은 어찌나 가벼웠던지

  아이고 재너머 온다꼬 욕 봤제
  어서 오이라,요구는 했나.배 고푸제...
  맨발로 뛰어 나오시던
  큰엄마의 큰 웃음알맹이들

  우리는 좁다란 마루문 활짝 젖히고
  정성껏 세배를 올렸다
  그리고 쏟아지는 덕담과 함께
  건너 온 세뱃돈
  그것은 일년 삼백예순날을 부은
  사계절 시간의 곗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