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밤에
           시인/혜원 박영배



그대 다녀가신 꽃자리
풀숲엔 밤이 새도록 귀뚜리가 울고
달빛은 마루에 서성입니다

뒤뜰 바람소리에 낙엽은 지고
댓잎 서걱대는 소리

홀로 이 밤을 감당할 수 없어
이슬 길을 나섭니다

날다 지친 반딧불도 개울 가로 숨어들고
풀벌레도 잠이 든 달빛 길을
혼자 서럽게 걷습니다

걷다가, 걷다가 지고 말 꽃잎 한 장
홀로 이슬처럼 진다해도
그대 꿈길을 향해 갑니다

저만치서 쑥꾹새도 서럽게 울어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