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껍질의 전설

생명줄 바싹 말라 두꺼워진 딱지

수액 흐름이 막혀 버린지 오래

우듬지까지 생명수 뽑아 올리며

왕성했던 지난날 뒤로하고

에이는 바람 맨몸으로 맞선다

끝없는 시련에 단단해진 몸체

선명한 나이테 늘어나고

굵어져 가는 분열 멈출 때까지

차오르는 새 살 위해

쩍쩍 갈라지는 통증 참아야 한다

억겁 윤회 속껍질의 할 일

아직도 남았단 말인가

삶의 굴곡으로 도드라진 가지에

맹추위 속 방패막이 되어

옹두리에 결 이뤄 감싸 안는다

나목 사이 빠져나가는 바람처럼

붙잡을 수 없는 세월의 흔적

어찌 평탄한 삶만 있었으랴

버석대는 공허한 허물의 무게

삭정이 되어 부서져 내린다

원도 한도 없는 자연으로의 회귀라

- 임봉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