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성탄아침

우리 집 개가 혼자서 제 새끼들을 낳고 있다

어미가 있어 가르친 것도 아니고

사람의 손이 돕지도 않는데

새끼를 낳고 태를 끊고 젖을 물린다

찬 바람 드는 곳을 제몸으로 막고

오직 몸의 온기로 만드는 따뜻한 요람에서

제 피를 녹여 새끼를 만들고

제 살을 녹여 젖을 물리는 모성앞에

나는 한참이나 눈물겨워진다

모성은 신성이전에 만들어졌을 것이니

하찮은 것들이라 할지라도 저 모성앞에

오늘은 성탄절, 동박박사가 찾아와 축복해 주실 것이다

몸 구석구석 핥아주고

핥고 핥아서 제 생명의 등불 밝히는

저 모성앞에서

-정일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