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빙(流氷)은 꿈꾼다 / 湖夜 이춘효

숨은 빙하의 체온처럼

삽시간엔 어림도 없지만

저 유빙의 기억에도 집이 있으리라

나는 이제 속도가 없어

얼어붙지 않으려고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운명에서 탈출할 것 같은

겨울의 마지막을 너와 함께 떠가고 있다

겨울이 들이찰대로 들이차 부풀어 오르면

육지 위로 얼음조각처럼

무질서하게 사람들이 떠다닌다

물의 체온처럼

녹는 것에 자신이 있다고

물 속에 기둥을 세우고 흐르는

물길인 것을

*내가 정말 떠내려가고 있기나 한 것일까 의문이 생기고

어쩌면 지금까지도 나, 제자리였다면 어떡해

몸을 일으켜 보니 모두 꿈이었다면 어떡해*

(*김지숙 시인 ‘둥둥 떠내려 가는 동안에’)

2018. 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