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을 가지렴

시무룩한 얼굴로 학교에서 돌아온 봉근은 가계에서 장사 준비하던 미자와 봉수에게 물었다.

"있잖아요. '조센징'이라는 게 무슨 말이에요?"

봉근의 말에 따르면, 하굣길에 '조센징'이라는 말을 들으며 상급생에게 놀림 당했다고 했다.

미자는 자신이 돌팔매질 당한 강변 둑길을 떠올리고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조센징은 우리를 말하는 거야."

봉수는 고기를 자르느라 피 범벅된 손을 씻으며 계산대에서 나와 온화한 말투로 조선말로 봉근에게 말했다.

"제일교포를 일본인들은 조센징이라고 부른단다."

"조선에 돌아가라고 했어요. 조선이 어디에요?"

풀이 죽어 고개를 숙인 봉근 앞에 쪼그려 앉아 봉수는 아들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우리는 원래 조선에서 왔지만 돌아갈 필요가 없단다. 우리는 일본에 와서 일본에서 일하고 일본에 공헌하고 있거든. 돌아가라고 악을 쓰는 일본인도 있지만 우리가 전부 조선으로 돌아가 버리면 아쉬운 건 일본인들이야."

봉수의 뜻밖에 말에 봉근은 고개를 들었다.

"너도 역도산을 좋아하잖아. 그 사람도 재일교포란다."

"정말이죠?"

“본명은 김신락이라고 해."

공표하지는 않았지만 재일교포사회에서는 누구나 알고 있었다.

교포들은 자신들의 희망의 별인 그의 활약을 응원했다.

"야구 선수인 하리모토 이사오도 마찬가지로 재일교포고,"

봉근의 눈이 빤짝거렸다.

"너도 같은 재일 교포야. 자신감을 가지렴."

"네."

봉근은 씩씩하게 대답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 나카와키 히쓰에｜사람과 나무사이｜『세상 끝의 아이들』에서

출처 : 카페 ‘내가 네 힘이 되어 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