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관장님의 방문

퇴근하고 아이들과 후다닥 저녁을 먹고 쉬는데 아내의 전화가 울렸다.

첫째가 다니는 태권도장의 관장님이 오신단다.

무슨 일일까.

얼핏 드는 생각이 추석 전이라 안부 인사를 오는 것일까, 설마… 했는데 진짜였다.

주섬주섬 옷깃을 여미고 현관문을 열었다.

약간 피곤해 보이는 관장님이 서 있었다.

그런데 내 시선은 관장님 옆을 지키고 있는 작은 꼬마에게로 갔다.

깨물어주고픈 아이. 우리 둘째보다 한두 살 많아 보였다.

관장님은 한가위 선물이라고 뭘 건네면서 얼른 아이 고개를 숙여준다.

아이는 해맑게 인사한다.

우리는 어쩔 줄 몰랐다.

고맙고 또 미안하기도 했다.

"시골 내려가세요?"

"아니요, 저흰 이 근처라서요."

"아, 그러세요, 관장님도 명절 잘 쇠시구요. 감사합니다."

급하게 인사치레를 하고 부자를 보냈다.

그리고는 문득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즈음 태권도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저런 생각이 맴돌다 마음이 짠해진다.

아들 둘을 키우는 나나 관장님이나 다 똑같은 마음일 테니.

도장을 그만 다니고 싶다는 첫째에게 말했다.

"너, 2품 꼭 따라. 한번 했으면 끝까지 해야지."

"왜, 갑자기 아빠?" 하더니 잠시 뭔가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내 아들은 "알았어, 아빠. 그런데 심사받으러 국기원 갈 때 엄마 아빠는 오지마요.

부담돼요."

무뚝뚝한 놈이라고는… 하지만 아빠의 마음을 헤아려준 것도 같아 한편으론 흐뭇했다.

아이들이 다 잠든 밤,

잠시 깨서 목을 축이다 집집마다 추석인사를 다니는 부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심장에 돌뭉치를 매단 것 마냥 가슴 한 구석이 묵직해 온다.

서의규｜편집부

출처 : 카페 ‘내가 네 힘이 되어 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