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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에는 행복해지고 싶다 /법정 스님
100 뚜르 2017.10.11 08:21:34
조회 511 댓글 4 신고

 


‘구름은 희고
산은 푸르며
시냇물은 흐르고
바위는 서 있다.
꽃은 새소리에 피어나고
골짜기는 나무꾼의 노래에 메아리친다.
온갖 자연은 이렇듯 스스로 고요한데
사람의 마음만 공연히 소란스럽구나.’

‘소창청기(小窓淸記)’라는 옛책에 실려 있는 구절이다.
자연은 저마다 있을 자리에 있으면서 서로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고요하고 평화롭다.
그러나 사람들은 제 자리를 지키지 않고 분수 밖의 욕심을 부리기 때문에 마음 편할 날이 없고
그들이 몸담아 사는 세상 또한 소란스럽다.

  
세상이 시끄럽다는 것은 세상 그 자체가 시끄러운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과 그들이 하는 일, 즉 인간사가 시끄럽다는 뜻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이 가을에는 좀 행복해졌으면 하고 바란다.
이런 말을 들으니 나도 행복해지고 싶다.
행복해지고 싶어 하는 마음은 현재의 삶이 행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패하고 뻔뻔스런 이 땅의 정치집단 때문에 무고한 국민이 얼마나 큰 상처와 부담을 안고 있는지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

국민이 피땀 흘려 벌어서 바친 세금으로 살면서,
국민의 위임을 받아 자신들의 손으로 만든 법을 자신들이 몸소 어기고 범했으면서 그 벌을 피하려고 한다.
힘없는 사람들만 법의 그물에 걸린다면 사회정의란 무엇인가.
오늘날 인간의 윤리와 사회의 규범이 무너질 대로 무너진 그 요인도 이런 비리에 있다.
부정부패의 온상인 정치권의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이 나라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이 가을에는 다들 행복해지고 싶어한다.
기승을 부리던 늦더위도 물러가고 산뜻한 가을 하늘 아래서, 어깨를 활짝 펴고 숨을 크게 쉬면서
마주치는 이웃들에게 들꽃같은 미소를 보내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한다.

돌이켜보면 행복의 조건은 여기저기 무수히 놓여 있다.
먹고 사는 일상적인 일에 매달려 정신을 빼앗기고 지내느라고 참된 자기의 모습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우리가 이 풍진 세상을 무엇 때문에 사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내 몫의 삶인지를 망각한 채 하루하루를 덧없이 흘려 보냈다.

내가 행복해지고 싶다면 이것저것 챙기면서 거두어들이는 일을 우선 멈추어야 한다.
지금 차지하고 있는 것과 지닌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

행복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에서 꽃처럼 피어난다.
내가 행복해지려면 먼저 내 이웃을 행복하게 해 줘야 한다.
이웃과 나는 한 생명의 뿌리에서 나누어진 가지이기 때문에 이웃의 행복이 곧 내 행복으로 이어진다.

소원했던 친구에게 이 가을날 편지를 쓴다든지 전화를 걸어 정다운 목소리로 안부를 묻는 일은 돈 드는 일이 아니다.
모든 것을 돈으로만 따지려는 각박한 세태이기 때문에,
돈보다 더 귀하고 소중한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일이 행복해지는 비결이다.

구름은 희고 산은 푸르며 시냇물은 흐르고 바위는 서 있듯,
친구 또한 그곳에 그렇게 있지 않은가.

가을 밤이면 별빛이 영롱하다.
도시에서는 별 볼 일이 없을 테니 방안에 별빛을 초대하면 어떨까 싶다.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 아무나 그렇게 할 수는 없겠지만
주거공간에서 혼자만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여건이라면,
시끄러운 텔레비전 스위치를 잠시 끄고 전등불도 좀 쉬게 하고,
안전한 장소에 촛불이나 등잔불을 켜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무 생각없이 한때나마 촛불이나 등잔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주 고요하고 그윽해질 것이다.

이런 일을 청승맞다고 생각하면 이 또한 어쩔 수 없지만,
빛과 소리가 우리 심성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이것도 행복해지는 작은 비결이다.

옛 사람들은 행복의 조건으로 검소하게 살면서 복을 누리는 일을 말한다.
‘일은 완벽하게 끝을 보려 하지 말고,
세력은 끝까지 의지하지 말고,
말은 끝까지 다하지 말고,
복은 끝까지 다 누리지 말라.’

절제에 행복이 깃들여 있음을 깨우쳐 주는 교훈이다.
이 가을에 우리 함께 행복해지기를 빌고 싶다.



 <법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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