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골기행, 자작나무의 신앙처럼 / 湖夜 이춘효 -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고

흔들린 만큼의 시련을 얹어

하얀 길을 내는 기도의 자세는

간절한 신앙(信仰)을 닮았다

몸을 하얗게 둘러싼 채로

새벽에 되뇌는 기도처럼

풀어놓은 삶의 부피에

하얀 숨을 토해내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 시간과

흰 자작나무 떼 속에

이웃가지를 흔들어 깨우는

사랑법은 놀라웠다

밤에도 잠들지 않는 네 눈처럼

어두웠던만치 더 환한 너의 땅에

움직일 때마다 떨어지는 별들이 많아서

하늘의 귀퉁이가 우두둑 뜯어지는

순백의 영혼들이 무딘 귀를 파고든다

오래토록 바라보는 잎사귀만으로

바람을 채집하는 동안

하늘의 비밀통로를 통해

흰 그림자를 쏟아낼 것 같은 날

심장에 박히는 눈동자 하나

또렷이 그려 넣는다

혼자 있을 때보다

스스로 숲이 되었을 때

맘을 밝게 닦아내는 나는

아름다운 하나의 자작나무가 된다

2017.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