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
토기장이 2017.06.28 15:42:12
꽃들 / 김은경
그의 출근길 함께 산책 하러 나선다
봄날 아침 푸르러가는
나무들 맑은 숨소리
삼십분 남짓 함께 걸으면 갈림길
언제든 꼭 나오는 우리의 갈림길에서
삐져나온 흰 머리칼 한 올 뽑아주고
라일락꽃 한 송이 그의 코끝에 흔든다
향기라도 따라가라 그의 처진 어깨
홀로 봄 들판 걷는다
민들레 제비꽃 냉이꽃 애기똥풀
꽃들은 저마다 각방이다
부드러운 손길 없이도 조그맣게 맑게 피었다
땅위 나만의 방 한 칸 아직도 먼 것을
잘 견뎠구나 꽃들아
땅 위에 너만의 방 한칸 홀로 꾸렸구나
그의 부드러운 손길 없이도 조그맣게 맑게 피었가
금세 차가워지는 내 몸과 맘 보면서
사랑도 뭣도 모르는 인간이을 알았다
땅위 나만의 방 한 칸 아직도 먼 것을.
- 김은경 시집 『 사랑의 방식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