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방울꽃 / 김별

그대는 이슬입니다

험한 세월을 살아내고도 아직

여름날의 싱그러움에 맺힌 촉촉함이고

거친 여울목에서 솟구치는 물보라입니다

거친 물굽이에서도 늘 소녀인 그대는

수줍고 질투하고 아파도 하지만

작은 일에도 속마음을 감출 줄 모르고 감동합니다

그렇지만 그대의 가슴에도

창고처럼 가득한 먼지가 쌓여 있었고

감당 할 수 없는

불명의 정체가 있었지만

눈부신 향기로 피워 낼 수 있었습니다

나무처럼 싱그럽고

연어처럼 노래 부르며

아이들의 뗏목보다 즐겁게 강물을 탈 수 있었습니다

가득히 고이는 눈물방울을

눈에 티끌이 들어갔다고

웃으며 속일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당신은

고급스러운 옷이나 값비싼 보석

우아한 로비에서 느끼는 행복보다

들꽃 화관이 더 잘 어울렸을 겁니다

별은 어둠 속에서 반짝이지만

세상의 화려함이 오히려

세상의 진실과 아름다움을 가렸듯이

근사한 자동차가

들꽃만큼 당신을 감동케 할 수 없었던 까닭일 겁니다

당신을 아주 오래도록 기다렸습니다

당신도 아주 오래도록 꿈꾸며 기다렸을 겁니다

우리는 어쩌면 우주 저편으로부터 여기까지

서로를 찾아 떠나왔을지도 모릅니다

그 입술은 꿀샘

눈을 감게 만드는 달콤함에

나비처럼 입맞춤합니다.

이제 당신은

바람과 구름과

맨발의 자유를 누리세요

당신은 이미

여자이기에 아름다웠고

숨 쉬고, 생각하고, 작은 몸짓조차 아름다운 존재였지만

타인들의 도시가 되어버린 세상과

마네킹처럼 차가워진 사람들의 가슴에

작은 종소리를 울려주십니다

당신은

세월이 흘러도 나이를 먹지 않는

이슬 묻은 맨발의 소녀

그런 당신을 위해 무량수의 별밭이 되겠습니다

세상의 사막을 꽃밭으로 만들겠습니다

오늘도 도시의 길모퉁이

당신과 함께라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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