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청소해 놓은 곳을

더럽혀 헛고생하게 심통 부리면

기분이 삼삼해질 거 같은데

손톱이 마귀할멈처럼 변할까 봐

참고 말았습니다

네가 매일 다니는 길에

바나나 껍질 쭉 깔아 놓으면

정말 기분 째질 거 같은데

발가락에 무좀 생길까 봐

참고 말았습니다

네가 월급 받으면

받은 월급 몽땅 다 쓰게

바가지 팍 씌우면

정말 기뻐서 춤출 거 같은데

배탈 나

구급차에 실려 갈까 봐

참고 말았습니다

네게 짓궂은 장난으로

골탕 먹이면

정말 정말 내가 행복할 거 같은데

네가 아파하고

네가 슬퍼하고

네가 힘들어하면

내 가슴에 큰 구멍 하나 생길거 같아서

참고 참고

또 참다 보니

한 번도

실천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2017/04/28 마음의글 김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