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운일까 복일까 ♥

아주 오래전 일이다

그 당시

삶이 너무 힘들어

삶은 포기하기로 결심한 뒤

시속 팔십 킬로가 넘는 속도로 질주

안전벨트를 풀은 뒤

전봇대를 박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친데는 없고

몸이 운전대 밑으로 쏙 들어가 있었다

차는 물론 폐차했지만

행운일까? 복일까?

또 한 번은

막노동할 때 일이다

새벽에 일어나긴 했지만

몸도 피곤하고

그날따라 도무지 일하기가 싫었다

하루 벌이 안 하면

살기 힘든 걸

두말할 것 없이 알고는 있지만

하루 쉬기로 작정하고 쉬었다

 다음날 여느 날 보다 일찍

인력 사무실에 출근했는데

분위기가 어수선

전날 크레인이

넘어지는 사고가 났다고 한다

그때 어는 고등학교 체육관

돔 올리는 작업에 많은 사람이 투입됐고

돔 위에서

나와 한조가 돼서 일하던 사람은

뛰어내렸지만 중상을 입고

내가 쉬는 바람에

나 대신 일한 사람은 세상을 떠났단다

그 말을 들으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그날 이후

그 인력사무실에 가지 않았다

행운일까? 복일까?

(2017/02/14 마음의글 김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