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으로의 산책
아침이슬 2005.11.07 10:47:49
神의 나라가 그곳에 있었다. 운무(雲霧)로 뒤덮인 북한산 백운대(白雲臺). 높이가 836.5m라고 했던가!
로프에 매달려 깎아지른 듯한 거대한 암벽을 오르니 힘차게 휘날리는 태극기가 보인다. 운무의 창(窓)을 슬쩍 올리니 그 어떤 조감도보다 아름다운 강북이 자태를 드러내고 풍설(風雪)을 견디면서 오직 살기 위해 몸부림치며 바위에 일가(一家)를 이룬 나무들이 나의 시선을 당긴다.
북한산 백운대는 옆마을 인수봉이 이웃하고 있어 더 웅장한 암석 세상을 완벽하게 연출하는 것일까. 자신의 살과 뼈를 깎고 다듬어 세운, 헐벗어 더욱 아름다운 그 신비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던가.
억만년 전부터 자신을 개성화(Individuation)하는데 성공한 백운대의 배후는 어찌보면 교묘하고 간사스러운 인간들을 깨우치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묵묵하고 웅장하고 한결같은 모습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흠뻑 적신 땀.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그 사이사이 생명을 담보로 가파른 암벽길을 오르는 사람들. 나는 그때 산의 살냄새에서 生과 死가 배인 씁쓸하면서도 향기로운 독특한 체취를 느꼈다.
백운대 그 입술은 말하고 있다. 암벽의 앞과 뒤가 전혀 다른 것처럼 세상은 발을 헛디디면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것이라고.
진실이란 실로 이처럼 엄청난 괴력을 숨기고 있다. 우리가 걷는 이 지상의 보폭은 로프에 매달려 정상을 향해 걷는 것, 인내 없이는 견딜 수 없는 아찔한 긴장감이여!
희열이 가져오는 중독성 행복이여!.
그와 내가 도시지역에 "녹색허파" 역할을 하고 있는 북한산행을 시작한 것은 세상에 가로막힌 벽을 허물고 내면의 세계를 알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우이동에서 시작된 코스는 낙엽이 쌓인 오솔길로부터 감미롭게 시작됐다.
거대한 도시 그 수많은 인구중에 만난 인연에 감사한다.
이미 나의 내면엔 사랑하는 그와 친구들이 세운 신비한 화강암과 수십개의 맑고 깨끗한 계곡이 형성되어 있음이다.
그곳에서는 때론 산과 물의 아름다운 조화를 빚어내기도 하고 그러다 어느 날은 암벽을 타다 미끄러지는 골절된 여인의 비명이 새어 나오기도 한다.
올가을 계곡주변 단풍이 유난히 아름다운 색을 띠고 있는 것은 그들에게 향한 내마음이 뿌리에 까지 닿아 있기 때문.
그러나 우리의 인생 여정이 그렇듯이 갈림길을 오르면 또다시 갈림길의 연속이다.
북한산 역시도 그러한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등산코스가 1백 가닥이 넘는다는 사실과 거미줄처럼 얽혀 파악하기조차 힘든 길들....
우리는 또 서로가 서로에게 닿기 위해 감성의 줄기들을 뻗으며 갈망할 것이다.
나는 기다림과 그리움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내게 말한다.
산의 정상도 처음 한발자국부터 시작되었듯이 아름다운 인연의 처음도 그와 같은 것.
오늘 산 중턱에서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샘물을 마셨을 때 그 샘물은 내 갈증으로 인해 내게 닿았다. 그 한 모금의 샘물이 나를 기다리지 않고 멀리 산 아래로 흘러내려 갔다면 그 샘물은 내게 닿지 못했으리라.
그 한모금의 샘물 역시 나를 마시고서야 육체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의 인연도 절묘한 시간의 연속, 그 찰라에 이루어진다.
나의 연인이여! 친구들이여!
눈을 감아도, 귀를 막아도 님들의 모습이 보이고 목소리가 들리는 눈부신 이 행복.
이제 이쯤이면 영토안에 세워진 또다른 세상을 인정해야 하리.
그리운 사람을 위해 마음속에 빈터를 남겨두고 그대들이 속삭이는 영혼의 언어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
바위틈에서 새어나오는 물이 빛이 눈부셔 자신의 얼굴을 단풍잎으로 가렸다고 해서 단풍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안으로 감추어도 샘솟는 그 기쁨의 노래를 미약하고 부족함으로 만들어진 인간은 감출 수 없음이다.
사랑이 마음을 좌우할 수는 있어도 마음이 사랑을 좌우할 수 없는 것. 우리는 다만 신이 준 선물을 소중하게 받들며 그 고통과 가쁨 앞에 머리숙여 감사할 수 밖에
사랑은 때로는 연약하지만 거대한 소나무의 처음이며 하늘로 뻗어나가는 대나무의 시작이다.
나는 이제 사랑하는 님들에게 말한다.
늘 푸른 대나무가 사계절 푸르름을 잃지 않는 것은 자신의 속을 비웠기 때문이며, 소나무가 굽은 것은 굽어서 더 아름다운 길도 있음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
우리의 사랑은 어두운 땅과 푸른하늘 사이에서 자라는 뿌리인 동시에 그것은 곧 우리가 걸어온 길임을 기억하라고..
한겨울 나무가 겨울을 견디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지난 날에 화려함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에 대한 희망에 도달해 있기 때문에 헐벗은 채로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하산길 나는 야망의 덩어리인 내게 다시 말한다. 언제나 앞을 향해 걸어갔던 보폭만큼 되돌아 오지 않으면 귀가를 할 수 없는 것처럼 삶 또한 내달렸던 만큼 다시 되돌아 와야만 달콤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이라고.
산더미같이 쌓인 취재의 연속...그러나 오늘밤은 사랑의 세레나데가 더욱 감미로운 밤이다.
글: 시인 조윤주 http://user.eandong.net/juno7612
로프에 매달려 깎아지른 듯한 거대한 암벽을 오르니 힘차게 휘날리는 태극기가 보인다. 운무의 창(窓)을 슬쩍 올리니 그 어떤 조감도보다 아름다운 강북이 자태를 드러내고 풍설(風雪)을 견디면서 오직 살기 위해 몸부림치며 바위에 일가(一家)를 이룬 나무들이 나의 시선을 당긴다.
북한산 백운대는 옆마을 인수봉이 이웃하고 있어 더 웅장한 암석 세상을 완벽하게 연출하는 것일까. 자신의 살과 뼈를 깎고 다듬어 세운, 헐벗어 더욱 아름다운 그 신비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던가.
억만년 전부터 자신을 개성화(Individuation)하는데 성공한 백운대의 배후는 어찌보면 교묘하고 간사스러운 인간들을 깨우치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묵묵하고 웅장하고 한결같은 모습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흠뻑 적신 땀.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그 사이사이 생명을 담보로 가파른 암벽길을 오르는 사람들. 나는 그때 산의 살냄새에서 生과 死가 배인 씁쓸하면서도 향기로운 독특한 체취를 느꼈다.
백운대 그 입술은 말하고 있다. 암벽의 앞과 뒤가 전혀 다른 것처럼 세상은 발을 헛디디면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것이라고.
진실이란 실로 이처럼 엄청난 괴력을 숨기고 있다. 우리가 걷는 이 지상의 보폭은 로프에 매달려 정상을 향해 걷는 것, 인내 없이는 견딜 수 없는 아찔한 긴장감이여!
희열이 가져오는 중독성 행복이여!.
그와 내가 도시지역에 "녹색허파" 역할을 하고 있는 북한산행을 시작한 것은 세상에 가로막힌 벽을 허물고 내면의 세계를 알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우이동에서 시작된 코스는 낙엽이 쌓인 오솔길로부터 감미롭게 시작됐다.
거대한 도시 그 수많은 인구중에 만난 인연에 감사한다.
이미 나의 내면엔 사랑하는 그와 친구들이 세운 신비한 화강암과 수십개의 맑고 깨끗한 계곡이 형성되어 있음이다.
그곳에서는 때론 산과 물의 아름다운 조화를 빚어내기도 하고 그러다 어느 날은 암벽을 타다 미끄러지는 골절된 여인의 비명이 새어 나오기도 한다.
올가을 계곡주변 단풍이 유난히 아름다운 색을 띠고 있는 것은 그들에게 향한 내마음이 뿌리에 까지 닿아 있기 때문.
그러나 우리의 인생 여정이 그렇듯이 갈림길을 오르면 또다시 갈림길의 연속이다.
북한산 역시도 그러한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등산코스가 1백 가닥이 넘는다는 사실과 거미줄처럼 얽혀 파악하기조차 힘든 길들....
우리는 또 서로가 서로에게 닿기 위해 감성의 줄기들을 뻗으며 갈망할 것이다.
나는 기다림과 그리움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내게 말한다.
산의 정상도 처음 한발자국부터 시작되었듯이 아름다운 인연의 처음도 그와 같은 것.
오늘 산 중턱에서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샘물을 마셨을 때 그 샘물은 내 갈증으로 인해 내게 닿았다. 그 한 모금의 샘물이 나를 기다리지 않고 멀리 산 아래로 흘러내려 갔다면 그 샘물은 내게 닿지 못했으리라.
그 한모금의 샘물 역시 나를 마시고서야 육체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의 인연도 절묘한 시간의 연속, 그 찰라에 이루어진다.
나의 연인이여! 친구들이여!
눈을 감아도, 귀를 막아도 님들의 모습이 보이고 목소리가 들리는 눈부신 이 행복.
이제 이쯤이면 영토안에 세워진 또다른 세상을 인정해야 하리.
그리운 사람을 위해 마음속에 빈터를 남겨두고 그대들이 속삭이는 영혼의 언어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
바위틈에서 새어나오는 물이 빛이 눈부셔 자신의 얼굴을 단풍잎으로 가렸다고 해서 단풍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안으로 감추어도 샘솟는 그 기쁨의 노래를 미약하고 부족함으로 만들어진 인간은 감출 수 없음이다.
사랑이 마음을 좌우할 수는 있어도 마음이 사랑을 좌우할 수 없는 것. 우리는 다만 신이 준 선물을 소중하게 받들며 그 고통과 가쁨 앞에 머리숙여 감사할 수 밖에
사랑은 때로는 연약하지만 거대한 소나무의 처음이며 하늘로 뻗어나가는 대나무의 시작이다.
나는 이제 사랑하는 님들에게 말한다.
늘 푸른 대나무가 사계절 푸르름을 잃지 않는 것은 자신의 속을 비웠기 때문이며, 소나무가 굽은 것은 굽어서 더 아름다운 길도 있음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
우리의 사랑은 어두운 땅과 푸른하늘 사이에서 자라는 뿌리인 동시에 그것은 곧 우리가 걸어온 길임을 기억하라고..
한겨울 나무가 겨울을 견디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지난 날에 화려함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에 대한 희망에 도달해 있기 때문에 헐벗은 채로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하산길 나는 야망의 덩어리인 내게 다시 말한다. 언제나 앞을 향해 걸어갔던 보폭만큼 되돌아 오지 않으면 귀가를 할 수 없는 것처럼 삶 또한 내달렸던 만큼 다시 되돌아 와야만 달콤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이라고.
산더미같이 쌓인 취재의 연속...그러나 오늘밤은 사랑의 세레나데가 더욱 감미로운 밤이다.
글: 시인 조윤주 http://user.eandong.net/juno7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