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아들은 아마도 내가 짝사랑한 도련님이었을 것입니다.
옥 같은 도련님을 혼자 사모하며,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꽃몸살을 앓다가…시름시름 사랑의 한을 안고 시들어갔겠지요.

못다 한 사랑의 그 한이 너무도 서럽고 애틋하여
아름다운 이생에서, 옥 같은 도련님은
내 아들이 되어 나에게 왔을 겁니다.
세상 보란 듯이 사랑도 맘껏 주고
줄 수 있는 건 무엇이든 아낌없이 다 주면서
전생에서 못다 한 사랑을 누릴 수 있게 된 거지만
사랑을 누린다는 것은 아픔을 누린다는 말과 같은 것이랍니다.
가시 없는 장미 없듯이 아픔 없는 사랑도 없는 거니까요.

맘껏 퍼주는 이생에서의 내 사랑도
결국은 짝사랑입니다.
전생에서 그러했듯이 이생에서도 여전히
이루지 못할 가슴 아픈 짝사랑입니다.
군대 간 아들을 그리워하며 편지 쓰고 빠른 우표 붙여
우체통에 넣으면 행여 중간에 머뭇거릴까 싶어
한 걸음이라도 먼저 가라고 우체국으로 달려가는 이내 마음도
바람의 날개가 달려 나풀거리는 애틋한 짝사랑입니다.

러브레터라는 영화에서도 그런 대사가 나오잖아요.
가슴이 아파서 이 편지는 차마 부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들에게 쓰는 편지도 그렇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너를 비단 보자기에 싸서 데려오고 싶다는 말을
수도 없이 썼다가 지우고…또 지우다가는
눈물로 얼룩진 편지를 차마 부치지 못하고 돌아섭니다.

전생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
이생에서도 이룰 수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자식사랑은 그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영원한 짝사랑이니까요.

다음 생에서는 아들의 어린 누이로 태어나면 어떨까요.
애기분꽃처럼 어여쁜 누이가 되면
아프지 않고도 해맑은 사랑을
맘껏 누리며 웃을 수 있지 않을까요?

출처 : http://www.positive.co.kr/home/contents/board/list.asp?num=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