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너를 보낸다.
열아홉 살 어린 군인이 되어
딱풀처럼 늘 붙어 지내던 가족을 두고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곳이라는 집을 떠나는 내 아들아
너를 배웅이라도 하듯이 활짝 열린
가을하늘은 오늘따라 더욱 높고 푸르다.
바람은 눈물 머금은 내 마음 속으로
살랑살랑 파고들며 속삭이는구나. 걱정 말라고…
훈련 받으며 흘리는 땀과 눈물도 다정히 닦아 주고,
먼 길 한달음에 달려가 엄마 사랑도 꼬박꼬박 전해 줄 거라고…
편지에 다 담지 못하는 그리운 아들 소식도 조르르 물어다 주겠다며
산들바람이 친구 되어 내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

사랑하는 아들아, 웃으며 너를 보낸다.
마음 같아서는 진주라 천릿길이 더 멀고 아득한 길이어서
오늘 안에 거기 닿을 수 없었으면 좋겠구나.
차라리 나도 함께 훈련병이 되어 흙먼지 날리는 연병장을
너와 함께 뛰고 구르고 달리고 싶은데
걱정 마시라며, 너는 웃고 있구나.
아들아, 너와 나 지금 분명 웃고 있는데
눈물이 눈에서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도 흐르고
웃는 입술 끝에서도 흐르는 것임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었다.

아들아, 편지 자주 쓰마.
봄이 되어 자두나무에 새 잎이 파랗게 돋아 오르거든
씩씩하고 멋진 군인이 되어 엄마를 보러 오렴.
자두가 붉게 익어갈 무렵에도 휴가를 나왔으면 좋겠구나.
함께 새콤한 자두를 따 먹으며
달콤하게 웃을 날도 분명 오겠지.

사랑한다, 아들아.
사랑이 이렇게 아픈 것이고
사랑하기 때문에 웃으며 보내야 한다는 것을
처음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새삼스럽게 느끼고 배우며
열아홉 살 어린 군인이 되어 집을 떠나는 아들에게
엄마도 나지막하게…필승을 중얼거린다.
오늘은 애끊는 심정으로 헤어지지만
다음에 만날 때는 활짝 웃으며 필승을 외쳐보자.
아들아, 너는 오늘 눈물의 진주로 떠난다….

출처 : 좋은생각, 노은의 이병엄마의 편지 중에서
http://www.positive.co.kr/home/contents/board/list.asp?num=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