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회실에서 마주앉아, 뭐 필요한 거 없느냐 물으면
그저 엄마랑 아빠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지
늘, 필요한 거 없다…며 살랑살랑 고개 내젓던 아들이
빙긋 웃으며 바디 클렌저를 하나 사 달라고 합니다.
이왕이면 향기가 좋은 것으로 사 달라며 웃네요.
그래도 뭔가 필요한 것이 생겼다는 것이 좋아서
상병 아빠가 허브 향기 나는 걸로 얼른 사다 주었더니
냄새를 맡아 보며 좋아라~ 합니다.
그 모습을 함께 웃으며 바라보던 상병 아빠가 그래요.

70년대 군번으로 입대하여 빡쎄게 훈련 받을 때
군용 물품이 아닌 사제 물건을 살짝 만지기만 해도
코끝에 다가오는 냄새가 벌써 다르게 느껴졌다구요.
집에서 가져간 세숫비누가 하나 있었는데
훈련 받는 동안 향긋한 그 비누 냄새가
제법 위로가 되었다며 웃습니다.
비누는 쓰다 보면 닳아지는 것이라
시간이 흐를수록 그 비누가 조그맣게 줄어드는 것이
마치 바깥세상과 연결된 끈 하나가 끊어지듯
안타깝고 아쉬웠노라는 말을 들으며 생각합니다.

그리움은 향기 같은 것인가 봅니다.
안타깝고 애틋한 마음의 향기가
바로 그리움인가 보아요.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으나
문득문득 가슴 가득 차오르는 쓸쓸한 향기…
그 향기의 이름이 아마도 그리움인가 봅니다.

허브 향기 나는 바디 클렌저로 샤워를 하면서
아들도 그리움의 거품 퐁퐁 날리며
혼자 중얼거리겠지요. 우리 집에 허브 화분이 있는데
손으로 툭 건드리면 폴폴 날리는 향기
딱 그 향기 같다~ 며 빙긋 웃을지도 모릅니다.

그리움의 거품 퐁퐁 나고, 향기도 솔솔 피어오르는
잠시 잠깐의 시간 동안만이라도
아들이 마음 가볍게 빙긋 웃었으면 합니다.
손으로 살짝 잎새를 건드리면
바람결 따라 향기 날리는 우리 집 허브 화분처럼요.

출처 : http://www.positive.co.kr/home/contents/board/list.asp?num=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