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시위를 떠나는 화살처럼 집을 떠나
삼나무와도 같은 부모의 그늘에서 서서히 멀어져가는 아들에게
반듯하게 홀로 설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홀로 설 수 있을 때 비로소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음을 알게 하소서.
그의 손을 잡아주지 마시고 홀로 걸을 수 있는 힘을 주소서.
그와 함께 나란히 가지 마시고 한 걸음 뒤에서 그를 지켜보소서.
그러다가 그가 풀잎처럼 흔들릴 때
가만히 손 내밀어 지친 그의 어깨를 도닥여 주소서.

새로운 시작 앞에서 늘 망설이는 아들에게
당당하게 첫 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시작이란 누구에게나 설레는 것이며
그 설렘의 이면에는 반드시 두려움도 있는 것임을 알게 하소서.
새로운 시작이 두려운 것은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것을 알게 하시고
두려움을 딛고 일어설 때 비로소
반듯하게 홀로 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하소서.

길을 걷다가 낯선 갈림길과 마주섰을 때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열정으로 가득할 때는 길이 제대로 보이지 않음을 알게 하시고
방황하다가 길을 잘못 들었을 때는
잠시 쉬었다가 되돌아설 줄 아는 여유를 갖게 하소서.

낯선 곳에서 불안해하는 아들에게
불안이란 살아 있으므로 오는 것임을 알게 하소서.
나풀거리는 불안을 어루만지고 잠재우기 위해서는 불안을 인정하고
친구가 되어 다정한 손길로 어루만져야 함을 알게 하소서.
불안과 친구가 되어 사이좋게 걸어가게 하소서.
불안이 있는 곳에 다정한 위로의 눈길도 함께 있음을 알게 하소서.

내일 닥칠지도 모르는 아픔을 두려워하는 아들에게
아픔도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되고 그리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하소서.
아픔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그 아픔을 치유하는 손길마저도 제대로 볼 수 없음을 알게 하시고
아픔을 견디고 어루만질 줄 아는 사람만이
다른 이들의 아픔을 헤아릴 줄 알게 됨을 깨닫게 하소서.
아픔이 있는 곳에 치유의 손길이 함께 있음을 알게 하소서.

해일과도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게 하소서.
우물 속보다도 더 깊숙한 어둠에 갇힐지라도
고개 들어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주시고
고난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인내와 끈기를 지니게 하소서.
빛나는 별들 속에서 자신의 별을 찾고
꿈☆을 찾아 다시 길 떠날 줄 아는 용기와 지혜를 주소서.

외로울 때
그 외로움도 힘이 된다는 것을 알게 하소서.
혼자임을 견딜 줄 아는 자만이
함께 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하시고
누구나 혼자이며
길 떠나는 자는 혼자일 때 비로소
세상의 중심에 설 수 있음을 알게 하소서.

힘겨울 때도 주저앉거나 서둘러 포기하지 않게 하시고
무성한 나무 그늘에서 쉬는 순간에도
숲을 함께 볼 줄 아는 속 깊은 눈을 누시고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다른 이들을 함께 사랑할 줄 아는 너그러움을 지니게 하소서.

그의 앞에 놓인 돌덩이를 치워주지 마시고
돌덩이를 치울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시고
인생의 땡볕에 나가서는 그에게 그늘이 되기보다는
힘겨운 그의 마음을 보이지 않게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바람이 되어 주소서.
자신이 받은 사랑을 남에게 베풀 줄 아는
속 깊은 아들이 되게 하소서.

종이배를 접어 강물에 띄우듯이
이제 그를 드넓은 세상의 바다에 띄우겠나이다.
바다 위를 힘차게 날아오르는 새들의 벅찬 날갯짓을 배우듯이
자유로운 영혼으로 세상과 마주서게 하겠나이다.
그에게 꿈과 용기와 지혜를 주시고
사랑과 희망으로 세상을 건너는 법을 배우게 하소서.
비틀거리는 그의 손을 잡아주기보다는
한 걸음 뒤에서 보이지 않는 손길로 그를 어루만져 주시고
그가 넘어질 때 달려가 붙잡아 주지 마시고
희망의 손 내밀어 스스로 일어나게 하소서.


출처 : 좋은생각, 노은의 ‘이병 엄마의 편지’ 중에서
http://www.positive.co.kr/home/contents/board/list.asp?num=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