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가 지속되며 헤어나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불경기"를 입에 달고 있기 때문이다. 불경기 불경기 하니 사람들의 마음은 항상 불경기일 수 밖에 없고, 기미가 없어 없어 하니 헤어나올 기미 또한 없을 수 밖에 없다. 물론 불경기와 그 지속의 원인이 오로지 사람들의 말과 마음에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 어떠세요?"
"사업 잘 되시죠?"
이것은 이제 인사가 아닌 이유는 그런 인사를 받을 때마다
"죽어요."
"큰일이예요."
라는 유쾌하지 못한 대답을 또 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쾌하지 못한 것은 인사를 건넨 사람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덕분에 잘 되고 있습니다."
"그럭 저럭 굴러가고 있습니다."
라는 의례적인 답변이 좀처럼 나오지 않으니 인사를 하고도 머쓱해진다.
그냥 '저 사람도 어렵겠지. 그냥 의례적인 인사는 그만 두자.'
'요즘 다 죽는다고 난리인데 저 사람이라고 별 수 있겠어?'
라는 생각이 이심전심으로 통하고 있다.

어쨌든 지속되는 불경기로 인해 또 다른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고 있다.
뭔가 잘 안되는 이유를 모두 불경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이템이 후졌어도, 경영 능력이 없어도, 기술이 부족해도 모두 안되는 것은 불경기 탓이다.
내가 아무리 잘났어도 주변이 모두 불경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도미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럴 땐 그저 바닥에 배 깔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돈이 있어도 투자를 하려 하지 않는다.
기술이 있어도 개발 하려 하지 않는다.
문제가 있어도 고치려 하지 않는다.
취직을 못하는 것도 실업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용불량자 되는 것도 그리 큰 일이 아니다.
주변에 비정상이 너무 많아 내가 비정상인 것도 인식하지 못한다.
술을 마시며 정치판을 때려 부수기도 하고, 갈기 갈기 씹기도 한다.
매주 사는 로또에 당첨이 안된다고 참 재수도 없다고 불평한다.

사업은 도박과 흡사한 면이 많다.
사업은 버티기가 아니다.
치기 아니면 빠지기다.
잃지 않는 것에 목표를 두면 결국 시간만 허비하며 천천히 죽게 된다.
주변 패를 보는 눈과 함께 중요한 것은 배팅의 기술이다.
패는 돌고 도는 법, 돈의 흐름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운이 다했거나 더 이상 빼먹을 것이 없으면 그 자리를 뜨는 것이 상책이다.
돈을 들고 빠지면 다음 기회가 있지만 올인이 되어 밀려나면 다른 선수들의 담배, 라면 심부름으로 연명을 해야 한다.
밖은 춥기 때문에...

어느 거래처 사장과 통화를 했다.
"요즘 어떠세요?"
"손가락 빨고 있어요."
얼마 후 또 통화를 했다.
"요즘 어떠세요?"
"손가락 하나도 안남았어요."

영원히 잘나가는 사업은 없다.
그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나만의 아이템이라는 것도 없다.
특히나 그저 그런 사람들이 하는 그저 그런 사업은 더더욱 그렇다.
잘나갈 때 그 다음을 준비하라.
열 손가락이 온전할 때 불경기가 들이닥친다면 '이 고비만 넘기면...', '다음 시즌이 되면...', '환율이 어떻게 되면...', '경기가 호전되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정확히 점 칠 수도 없는 막연한 기대를 하며 손가락을 빨지 말고 과감하게 미리 준비해 둔 것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미리 준비한 것이 없더라도 차라리 새로운 배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낫다.
복지부동하고 있다가 정작 기회가 찾아오면 밑천이 없어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어차피 사업은 도박이니까...
그러나 도박이 무조건 운에만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