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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3 미명 2004.08.12 09: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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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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