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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 않은 사람은 우리 둘뿐
1 노경자 2004.03.12 13:58:43
조회 1,238 댓글 8 신고
그 남자.....

그녀와 나는
아직 이름도 서로 모르지만
거의 매일 같은 버스를 타고 다니는 사이!
그러니까 서로 얼굴만
잘 아는 사이라고 할 수 있죠.

보통 그녀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창 밖을 내다보곤 하지만,
오늘은 많이 피곤한지
자리에 앉자마자 곧바로 잠이 들어 버립니다.

졸고 있는 그녀의 고갯짓은
거의 예술입니다.
오른쪽으로 끄덕끄덕, 왼쪽으로 끄덕그떡
그러다 가끔 휙~ 하고
목운동을 한 바퀴 하기도 하고.

그녀의 뒷자리에 앉아 있는 나는
저러다 창문에 머리를 부딪히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죠.

그런데.. 이러언~
차라리 창문에 머리 부딪혀서
잠을 깨는 펀이 나을 뻔했나 보니다.

버스가 급정거를 하는 순간,
그녀는.. 제가 붙잡을 사이도 없이
저~ 앞으로, 한 바퀴를 굴러가더라구요.

사람들은 다들 웃고 난리가 났죠.
무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그녀,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운 나.
웃지 않는 사람은 우리 둘뿐입니다.

아, 마음 아파.
얼마나 창피할까요?

그 여자.....

"아.. 머리 감기 진짜 귀찮다.
그냥 모자 쓰고 나갈까?"

하지만 결국은 머리를 감았어요.
오늘도 버스에서
내 뒷자리에 앉을 그 사람을 생각하면!
그럼요! 아무리 귀찮아도..
머리, 감아야죠.

비몽사몽 젖은 머리로 집을 나서면
어김없이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그 사람.

내가 이틀에 한 번 감던 머리를
이젠 아침마다 감는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매일 음악도 안 나오는 이어폰을 꽂고
그사람 콧노래 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 사람은 오늘도 그냥 그렇게
말없이 내 뒷자리에 앉아만 있습니다.

그런데 술기운 때문인지,
자꾸만 감겨지닌 내 눈꺼풀...
졸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하지만 결국,
정말 안될 일은,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끽~ 소리와 함께 정신을 차렸는데..
나는 왜 버스 바닥에 앉아 있을까요?

꿈처럼 들여 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차라리 괜찮아요. 하지만,
웃지도 않는 그 사람의 표정은
도대체 뭘 의미하는 거죠?
불쌍하다는 표정? 한심하다는 표정?

..난 왜 이럴 때, 기절도 안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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